잠녀
김나비
파도가 향두가를 부르는 모슬포
감귤 빛 테왁*이 돌아왔다
물질하다 기대 쉬던 둥근 공 위에
주인 잃은 숨비소리만 가득 묻어있다
물의 빗장을 풀고 들어간 상군할망이
이틀 만에 물 밖으로 보내온 테왁
할망은 지금 어느 바다를 홀로 헤매고 있을까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젖은 노래를 끌어안고 푸른 물속을 들썩이고 있을까
길가의 먼나무** 열매 충혈된 눈으로 쳐다보고
갯바람은 머리 풀고 휘도는데,
사는 건 숨 참고 망막한 물길을 홀로 찾아 가는 일
참았다 푸는 숨비소리로 바다를 달래며
불턱에 서로의 언 손을 녹이곤 했던 시린 겨울
납 벨트 차고 망사리 어깨에 걸머진 채
외길 따라 걷던 할망의 뒷모습이 딸의 눈에 맺힌다
갈매기 날갯짓 후렴처럼 펄럭이는 바다
갯바위에 부딪히는 포말꽃이 절창이다
하얗게 밀려와 부서져도
또 일어서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고
파도가 꽃을 피워 위로할 때
딸은 다시 테왁을 매고
푸른 물의 늑골 속으로 들어간다
* 물질을 할 때 잠시 쉬거나 채취물을 걸어두기도 하는 공 모양의 도구
** 한겨울에도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
2007년 <문예사조> 수필 등단
2017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9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송순문학상대상, 웅진문학상대상, 등대문학상, 최충문학상, 안정복문학상 등
시집'나비질''오목한 기억', 가사시집'죽음의 품격', 시조집'혼인비행', 수필집'내 오랜 그녀''시간이 멈춘 그곳'
이숙경 기자
lsk48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