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선사시대 묘지로 사용된 동굴서 양조장 흔적 및 곡물 발견

곡물로 맥주 재현 성공…현대 맥주보다 약한 맛·걸쭉한 죽 같아

이스라엘에서 1만 3000여년 전 맥주 제조시설인 양조장 흔적이 발견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이스라엘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 인근의 한 선사시대 동굴에서 1만 3700여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양조장 유적과 맥주의 재료가 되는 곡물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고대 나투피아인들의 매장지에 대한 연구를 위해 동굴을 찾았다가 뜻밖에 양조장 흔적을 발견하게 됐다.

그간 인류가 맥주 양조를 시작한 것은 5000여년 전으로 여겨졌으나, 이번 발견으로 그보다 훨씬 앞서 맥주 양조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BBC는 전했다.

또 이번 발견은 맥주가 빵을 만들다 실수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학설에 대한 고고학적 반증이 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리리우 미 스탠포드 대학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것은 전 전 세계에서 발견한 양조장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며 "술을 만들게 된 것은 (그간의 학설처럼) 꼭 곡식의 과잉 생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종교의식과 같은 목적으로 개발됐음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이 동굴은 고대 나투피아인의 묘지로, 고대인들이 장례식에서 망자를 추모하기 위해 술을 제조해 마셨다는 것이다.

양조장의 흔적은 동굴 바닥에 있었다. 동굴 바닥 곳곳에는 움푹 패인 흔적이 있었는데, 이 약 60㎝의 이 흔적은 일종의 절구로, 그 안에는 귀리, 아마 등 다양한 곡류가 들어있었다.

또 녹말과 식물석 입자도 발견됐는데, 연구팀은 녹말과 식물석이 변해 현대의 밀과 보리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밀과 보리는 맥주의 재료다.

연구팀은 이 돌절구에서 발견된 남은 곡물를 이용해 맥주를 만드는데 성공했는데, 재현된 맥주는 오늘날의 맥주보다 맛이 약했으며, 걸쭉한 죽 같은 것이었다.

연구팀은 1만 3000여년 전 묘지로 쓰인 이 동굴에서 양조장이 발견된 것은, 고대인들이 술을 마시며 장례의식을 치른 것을 암시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고고학 저널(The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10월호에 게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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